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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서 자유롭기 힘든 이유 (초등교사 사직)

Rena 리나 2020. 11. 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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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서 자유롭기 힘든 이유

초등교사 사직하는 이유

2021.3.1 만 6년을 초등교사로 근무하고 사직(의원면직)한다. 연차로 따지면 7년차이다.

오래 근무하지 않고 중도에서 내려가는 입장에서, 아직 학교에 남은 다른 교사들을 보면 많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교사는 정말로 학생들을 위하고 사명감이 높아야 함을 다시 느낀다.

아래에 사직하는 이유를 자세히 적었다.

-초등교사 7년차, 사직하는 이유


결론은, 나는 교직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직업’ 자체를 가지지 않는 삶을 선택했다. 시간, 공간, 돈으로부터의 자유가 내가 원하는 인생 방향이기 때문에, 초등교사든 다른 무엇이든 내가 지키고 싶은 자유를 하나라도 침해한다면 그만두었을 것이다.

교직은 분명 편하고 좋았다. 타 업종에 비해 업무 강도가 세지도 않았고, 예쁜 아이들을 보며 대여섯 시간을 보냈다. 학부모의 민원이나 관리자의 횡포가 있어도, 한 학교에 뼈를 묻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내 인생의 방향이 ‘적극적 자유’가 아니었다면 계속 이어가고 싶은 직업이다. 실제로 면직을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사직의 까닭은 오롯이 내 가치관에 있다. ‘자유’를 최우선하는 사람으로서, 교직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교직에서 자유롭기 힘든 이유
1.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사를 가까이서 접한다.
2. 교사 집단 자체가 자유롭지 않다.




1.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사를 가까이서 접한다.

교사라는 직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곁에서 봐온다. 한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학교 코스를 밟는다. 초등학교에 가면 담임 교사가 있고, 중고등학교에 가도 교사가 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교사를 가까이서 보며 자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교사라는 직업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왜 그런지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더닝 크루거 효과 그래프
더닝 크루거 효과

초-중-고 학교를 다니며 12년을 교사를 봐온 사람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경험(Experience)이 쌓인다. 그래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신감(Confidence)을 갖는다. 그런데 학생으로서 교사를 본 경험은 전문가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조그마한 경험으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100%에 가까운 자신감을 갖는다. 이런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국에 널려 있다. 교사가 하는 일 없어 보이고, 방학 때 노는 것 같고... 어떠한 부정적인 믿음이든지 간에 자신감 100%에 가깝게 말한다. 긍정적인 믿음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어릴 때 교사를 봐왔기 때문이다.
파일럿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많은 사람들은 파일럿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을 12년 동안 볼 기회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파일럿에 대해 가진 경험은 Nothing에 가깝다. 그래서 파일럿에 대해 얘기할 때 자신감이 낮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믿음이 들어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직업에 대해 높은 자신감을 갖고 ‘감 놔라, 배 놔라’ 하기 시작하면, 그 직업군은 정말로 피곤해진다. 그게 긍정적인 자신감이든, 부정적인 자신감이든. 긍정적인 믿음을 자신 있게 말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뭐든 전문가 수준으로 아는 것이 아니고서야 자신감만 높으면 사람 피곤하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교육정책, 민원... 현직에 있는 사람들만이 그 고충을 알 것이다.




2. 교사 집단 자체가 자유롭지 않다.


교사는 공무원으로서의 제약을 받는다. 품위 유지 조항도 있고, 겸직 금지도 있다. 법적으로 자유롭기 힘들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한 것은 내부에 있다. 바로 교사라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는 특성이다. 교사들은 전통적이다. 모든 교사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런 성향이 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교사들 대부분은 학창 시절에 고분고분 공부한 사람들이다. 틀에서 벗어나기 싫어하고 전통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교사라는 직업을 많이 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교사 집단이 전통적이고 근무 환경도 전통적이다.

전통적인 분위기의 근무 환경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교사들은 스스로 손발을 옭아매고 끼리끼리 가두려는 성향도 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옷차림, 외모, 말투, 사생활 등을 생각보다 훨씬 조심하고 눈에 띄려 하지 않는다. 혼자만 그러면 아무 문제 없는데 남한테도 종종 이걸 강요한다. 나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속에 불꽃이 튀는 사람이라 훈수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지쳤다.

자유롭지 않은 교사 집단에서는, 내 인생에 커다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 배울 사람이 없었다.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와 인생관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됐다. 나는 인생의 목표가 ‘적극적 자유’인 사람이지만, 다른 교사들은 ‘소극적 자유’였다. 나는 주변 사람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데, 내 하루의 반나절을 보내는 직장에서 배울 사람이 없다는 점은 아주 아쉬웠다.


 

결론

교직은 자유와 거리가 멀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교사를 봐오고, 교사 집단 자체가 전통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한 개인의 의견일 뿐,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교직은 분명 매력적이다. 다만, 내게 맞지 않았을 뿐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주어진 틀 내에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직업일 것이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에 맞는 사람과 환경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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