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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경험한 외국인 친구 언어 교환 사기 의심 유형 (1)

Rena 리나 2025. 5. 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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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 사기

언어 교환을 위해 온라인에서 외국인 친구를 찾곤 한다. 이번엔 독일인 대학원생이라는 사람과 언어 교환을 시작했는데 점점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고, 결국 이건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차단했다. 로맨스 스캠, 우정 스캠 등 이런저런 사기 수법을 다 접해봤는데, 이번 케이스는 긴가민가하게 했다. 점점 사기가 교묘해지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발을 빼야하지 않나 싶다.

 

상대의 특징과 의심 요소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후술.

 

상대 신상

✅ 독일인, 남성

✅ 대학원생, 성교육 전공

 

특이사항

✅ 한국인 여자친구와 2년 동거 후 이별

✅ 성적인 주제 집착

✅ 아버지가 아웃렛을 운영

✅ 유창한 한국어

✅ 독일 문화에 익숙하고 자연스러움

 

의심 요소

⚠️ 임시 이메일 사용 (kaiav.com)

⚠️ AI 생성 가상 인물 사진 전송

⚠️ 정해진 연락 시간대

⚠️ 독일 초청 프로그램 참여 및 연구 설문 요구

⚠️ 갑작스런 한국 방문 의사 표현

⚠️ 끊임 없는 방화벽 핑계

 

 

 

자세한 정황

1. 첫째날

즐겨 사용하던 언어교환 사이트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본인이 대학원생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2G 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Teams로 대화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 계정을 보내 줬는데 임시 이메일 생성 서비스로 얼마든지 만들고 지울 수 있는 kaiav.com이라는 도메인의 이메일 주소였다. 요즘 하도 이상한 사람이 많으니 임시 이메일을 쓸 수도 있겠다 싶어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Teams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AI로 생성한 가상인물 사진을 본인이라면서 보냈다. 아래가 실제로 상대가 보낸 사진.

AI 가상인물 사진

 

AI 사진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본다. 저런 증명사진 같은 건 주로 정면을 보고 찍지 누가 측면으로 찍나. 그리고 한때 내가 만들어 본 가상인물 사진들과 무척 유사했고, 257*257픽셀의 구린 화질이었다는 점도 그렇다. 이때부터 싸했는데 과연 어떻게 행동하나 지켜보기로 했다. 저 사진을 보내면서 내 사진도 요구했는데 친해지면 보내주겠다고 했더니 알았다면서 넘어갔다.

 

메시지는 한국어로 주고받았다. 얘기 중에 방화벽 때문에 채팅 글자가 깨지니까 통화를 하자고 했다. 음성통화를 걸었는데 나만 말하고 상대는 말이 없었다. 상대는 마이크와 카메라를 모두 켜고 있는데, 방화벽 때문에 송출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끄고 있는 내게, 마이크 소리가 안 들린다면서 카메라를 켠 채 얘기해 보길 권했다. 자기가 영국 친구와 통화 테스트를 했을 때는 카메라를 켜니까 마이크가 됐었단다. 카메라를 스티커로 가린 채 켜니 말이 들린다면서, 상대는 끝내 마이크와 카메라 무엇도 켜지 않고 채팅만 쳐댔다. 나만 음성으로 얘기했다.

 

그런데 대화하면서 특이했던 점은, 진짜 본인의 경험을 아주 세세하게 얘기했다는 점이다. 집에서 수제맥주를 만드는 얘기, 여행을 갔던 얘기, 독일의 나체 사우나 문화 등 가짜로 꾸며내기에는 제법 생생한 경험과 감정들을 말했다. 그래서 긴가민가하게 되었다. 어쩌면 상대도 나를 떠보기 위해서 가짜 사진을 사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라 그런지 유난히 성적인 주제를 좋아했다. 독일의 성문화는 한국보다 개방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불편하다면 그만두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그 때 뿐, 매번 성에 관한 주제로 말을 돌렸다. 찝찝해서 그냥 통화를 끝냈다.

 

 

2. 둘째날

어제와 비슷한 시간대인 오후 10시 40분 즈음에 먼저 연락이 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고 했다. 서울이 아니라 굳이 내가 사는 도시에 오겠다고 했다. 아버지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어서 명품을 싸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 가면 내게 줄 선물도 준비했단다. 그렇게 온갖 호감작을 하더니 본인 연구에 필요한 설문 조사 대상이 부족하다면서 내게 도와달라고 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가정하고 간단한 설문에 참여해 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몇 번 더 요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순히 알겠다면서 물러났다.

 

베를린 시와 대학에서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 하나를 언급했다. 재학생이 외국 친구를 초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선정되기만 하면 항공비와 숙박비를 모두 지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 프로그램은 매년 있는데 곧 모집을 시작할 시기라고 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별 의미 없는 리액션을 하고 넘어갔다.

 

 

3. 그 뒤로 며칠간

일상적인 얘기를 할 때는 아주 자연스러웠지만 성적인 얘기를 자꾸만 꺼내려 해서 꺼림칙한 건 여전했다. 비슷한 시간대인 밤 10시 40분에서 11시 사이에 꼭 연락이 왔다. 내가 연락을 받지 않은 날에는 부재중 전화도 찍혀 있었다. 매우 규칙적으로 연락을 한다는 점에서 수상했다. 그리고 항상 밤 1시 30분쯤 되면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한다고 사라졌다. 근무 시간처럼 정해진 시간대는 외국인 사기 특징 중 하나다. 출근해서 시간대마다 담당하는 사람을 정해 놓고 작업하는 것처럼 말이다.

 

 

4. 어느 날

전에 말했던 해외 친구 교류 프로그램을 기억하냐면서, 지금 모집 공고가 떴다고 했다. 내용을 보니 모집 기간이 4월 1일부터 5일까지고, 발표 날짜가 4월 9일로 촉박했다. 유럽의 행정 속도에 비하면 빠듯한 기간이라 의심스러웠다. 적당히 흥미를 보이니, 상대는 설레발을 치면서 나를 초청하겠다고 지원 서류를 작성하자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독일에 가보고 싶은 곳이나 궁금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독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알아보겠다고 했더니 내일까지 생각해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5. 마지막 날

어김없이 밤 11시쯤에 연락이 왔다. 상대가 프로그램 지원에 제출할 계획서를 예시로 써왔다. 그걸 보고 독일에 대해 아무거나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소시지, 맥주, 베를린 장벽 뭐 이런 아주 기본적인 것들 말이다. 솔직히 진지하게 알아보지도 않아서 그냥 아무거나 말했다. 상대는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면서 이것저것 추천하기도 했다. 대충 계획서에 써넣을 내용들이 마련되자, 상대는 또 성적인 얘기와 논문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전에 말했던 논문 설문 조사에 참여해주면 안 되냐고 해서 또다시 거절했다. 그랬더니 삐쳤는지 말이 없어졌다. 괜찮냐고 물어보니 본인을 믿어주지 않아서 기분이 나쁘다면서, 자기는 사진도 보내주고 너를 위해 계획서도 쓰는데 너무한다면서 가스라이팅을 시도했다. 그래서 나도 그냥 AI 조작 사진, 임시 이메일 계정, 한국행 급발진 등 의심스러운 것들을 다 말하고 차단했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모든 외국인이 사기꾼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사기가 아주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이상한 느낌이 들면 빠르게 판단하고 차단하는 편이 좋다. 내 시간과 감정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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