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잡다한 공부를 하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흥미로운 게 있으면 깊게 파고들고, 그 주제만 만족할 때까지 내내 파고들곤 했다. 약간 자폐(?)의 경계선에 있지 않았나 싶다. 주변 신경 안 쓰고 나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듯이, 그렇게 공부했으니까.
자라면서 그런 경험은 자연스레 줄었다. 내게 흥미 있는 주제보다는 학과 공부가 더 중요해지면서, 공부 자체에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아무래도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팽배했던 때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학교에서 달달 외워야 하는 공부는, 백과사전을 뒤지면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공부보다 덜 매력적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더 이상 '의무적인 공부'가 사라진 때, 다시 슬금슬금 공부에 대한 갈증이 올라왔다. 자격증도 취득해 봤지만 그때뿐이었다. 분명 배우는 기쁨은 좋은데, 배워서 써먹을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우연히 2020년 유동성 파티에 무지성으로 투자해서 수익을 본 후, calling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투자를 좀 공부해 볼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공부 따위 없이, 한없이 가볍게 투자했었다. 이게 옳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알았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고자 투자 공부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런 노력 없이 핸드폰 터치 몇 번만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께름칙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투자 공부를 하고 있다. 배워서 써먹을 수 있으니, 더없이 유용하고 즐거운 공부다. 다만 공부할 양이 너무 방대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를 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 뭣도 모르고 마구 투자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코웃음이 나온다.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분야란 걸 매일 느낀다.
그래도 내 가치관에 꼭 맞는 공부가 투자공부란 건 변함없다. 항상 '세상은 놀이터'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는데, 각종 산업과 기업 리서치를 하다 보면 딱 어울리는 생각이다. 사업들, 그 자체가 세상을 놀이터 삼아 가치창출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부하는 건 더없이 즐겁다.
내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고자 함도 있지만, 그 공부가 재미있어서의 이유도 크다. 아, 하나 더. 선택을 더 잘하게 된다는 것도. 선택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서 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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