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ve Income/Motivation

돈 없어 서러웠던 시절

Rena 리나 2022. 1. 1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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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서러웠던 시절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돈 없는 서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우리 집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외벌이로 자녀 셋을 키워야 했다. 셋 중에서 가장 세상 물정 모르고 천진했던 나는 미술을 하고 싶어했다.

 

미술을 배우고 싶었던 지난 날

 

중학생 때에는 예술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며 떼쓰고, 고등학생 때는 홍익대학교에 가고 싶다며 떼를 썼다. 모두 다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반고등학교에 갔고 교육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자녀 셋에게 모두 교편을 잡게 하겠다는 것은 엄마의 오랜 꿈이었다. 본인의 어린 시절 꿈이 초등교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대는 학비가 싸서 어려운 가정형편에 딱 좋은 대학이었다.

 

늘 나의 마음 한켠에는 미술에 대한 미련, 부모님의 낮은 경제력과 엄마의 꿈에 대한 원망이 있어왔다. 쌓였던 감정은 대학 때에 터졌다. 대학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갈 때쯤, 휴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부모님은 펄쩍 뛰었다. 아무리 타이르거나 윽박질러도 듣질 않으니까 부모님은 내게 집을 나가라고 했다. 그래서 진짜 집을 나왔다. 작은 백팩 하나에 옷가지만 챙겨서 무턱대고 친구 집으로 갔다.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 뒤로 나는 친구 집을 전전했다. 당시 서울에 취직해서 지내고 있던 친한 언니 집에도 신세를 졌다. 언니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오는 모습을 보며 그때서야 삶의 치열함을 느꼈다.

 

친구들 집에 얹혀 지내며 눈칫밥도 많이 먹었다. 당장 나가서 알바라도 구하던지 했어야 했는데 부모의 과잉통제 속에 살아왔던 당시 나로서는 그마저도 힘든 일이었다. 사회에서 나는 미숙아였다.

 

그토록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열정도 집을 나와 지내면서 한스러운 마음으로 뒤바뀌어 버렸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리 만무했다.

 

결국 내 가출은 마음 속에 응어리만 남기고 끝났다. 집에 돌아온 첫날, 아빠가 날 보며 했던 한 마디는 "니 누고?(너 누구냐?)" 였다. 치매에 걸려서 딸을 기억 못한다거나 했던 게 아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나를 의도적으로 조롱하는 것이었다.

 

돈에 서린 한

 

돈이 없어 스스로를 책임지지도 못한 채 무턱대고 그림만 그리겠다는 나 역시 그토록 원망했던 부모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피눈물을 흘리며 깨달았다. 그날 이후부터 마음 속에는 지독한 독기가 서렸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고 뭐고 다 짓뭉개버렸다. 오로지 돈이 필요하다는 것만을... 무엇을 하든 돈이 있어야 자유로우며 당당할 수 있다는 걸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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