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등기
경찰청장으로부터 등기가 왔다. 아침 이른 시간에 집배원이 방문해서 직접 받아보진 못했고, 집 대문에 우편물 수령 안내서가 붙어 있었다.
최근에는 우체국 우편물 수령 안내서가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인 경우도 있다고 해서 우체국에 연락해 보았다. 그랬더니 진짜로 경찰청장으로부터 내게 온 등기가 있다고 했다. 받아보지 못한 등기는 우체국에서 보관하고 있으니 기한 내 찾아가라고 했다. 경찰청에서 등기가 왔다니, 당황스러웠다. 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르겠고 조마조마했다.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물의를 일으킬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선의로 무언가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떨리는 마음으로 우체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검색해보니, 주로 세 가지 경우였다.
경찰청장 등기 주요 상황
- 교통범칙금이나 과태료, 운전면허 관련
- 인터넷 악플 고소, 저작권 위반 관련
- 분실물
운전면허는 없고, 인터넷에 답글을 다는 일도 거의 없다. 셋 중 유일하게 해당되는 일은 분실물 뿐이었다. 지난 7월 즈음이었나, 동네에서 갤럭시버즈2를 습득해 경찰서에 갖다 준 일이 있다. 하지만 경찰청 등기가 오는 경우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경우라서, 습득자인 내게 등기가 올 일은 없다. 주웠던 버즈를 주인이 찾아가지 않을 경우 소유권도 포기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게 없었다. 궁금하고 불안한 마음이 겹쳐서, 우체국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우체국에 도착해서 신분증을 보여 주니 그토록 궁금했던 등기를 받아볼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급하게 뜯어 확인해 보니, 웬 '통신이용자 정보제공 사실 통지서'라는 것이 들어 있었다. 내 인터넷 가입 정보와 이름 같은 개인 정보를, 수사를 위해 열람했다는 내용이었다.
생소해서 더 검색을 해 봤더니, 결국은 크게 신경써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내 정보를 경찰이 열람했을 때 보내주는 등기인데, 쉽게 말하면 인터넷 상에 어떤 사건이 생겨서 경찰이 수사를 하다가 정보가 필요해서 통신서비스에 가입된 내 정보까지 보게 됐고, 그래서 등기를 보내준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워낙 불특정한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났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 있기만 해도 정보가 조회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무슨 사건 때문에 내 정보를 조회했는지 궁금하다면 서류에 적혀 있는 담당자에게 전화하거나 민원 신청을 해서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난 굳이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다. 수사하느라 바쁜 경찰들이 어련히 필요했기 때문에 내 정보를 본 것이겠지.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따로 연락이 오지 않으면 대부분 문제가 없단다. 지금껏 떳떳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여겨서 그냥 해프닝으로 끝냈다. 실제로 9월달에 등기를 받았는데 11월인 지금까지 아무 연락도 없고 문제도 없다.